LNG 수입선 축이 바뀌고 있다.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격화되면서 세계 최대 LNG 수출국 중 하나인 카타르의 공급망이 사실상 마비되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동북아시아의 주요 에너지 소비국인 한국, 일본, 대만은 심각한 에너지 안보 위기에 직면했다. 니케이 아시아(Nikkei Asia)와 주요 외신 자료를 바탕으로 이들 3국의 현황과 공급 다변화 전략을 분석했다.
대만: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는 최악의 에너지 고립
대만은 이번 사태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로 평가받는다. 대만은 전체 전력 생산의 50%를 LNG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이 중 약 3분의 1을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다. 대만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파이프라인 연결이 불가능하며, 저장 시설 용량이 매우 제한적이다. LNG 공급 중단은 가정용 전력뿐만 아니라 전 세계 IT 공급망의 핵심인 반도체 생산 라인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에 대만 정부는 즉각적인 공급선 다변화에 나섰다. 지난 2월 미국과 체결한 무역 합의를 바탕으로 오는 6월부터 미국산 LNG 수입량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는 에너지 안보 확보와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본: 국가 비축유 방출 준비와 글로벌 공조
일본은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국가로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상황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국 10개 국가 석유 비축 기지에 방출 준비 명령을 하달했다.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2,250만 배럴을 방출했던 사례에 이어, 이번에도 국내 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독자적인 비축유 방출까지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나프타 재고 부족에 따른 에틸렌 등 기초 화학 제품 생산 차질까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G7 재무장관들과 공조하여 글로벌 에너지 공급 안정화를 위한 공동 대응을 추진 중이다.
한국과 동남아: 수입선 다변화와 비상 경영
한국은 지난해 한국가스공사가 충분한 양으로 저장시설을 채워둔 것으로 알려졌으나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카타르산 LNG 비중을 줄이는 대신 미국과 호주산 LNG 수입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계약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호주와의 장기 공급 계약을 강화하여 지리적으로 안전한 보급로확보를 모색 중이다. 현재 에너지난은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베트남은 항공유 부족으로 항공편 축소를 검토하고 있의며 한국과 일본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태국과 필리핀은 부족한 물량을 채우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도입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LNG 시장의 구조적 재편
셸(Shell)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단기적인 혼란에도 불구하고 LNG의 미래를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LNG 수요는 2040년까지 2025년 대비 최대 68%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번 전쟁은 석탄에서 신재생 에너지로 가는 '가교 역할'로서 LNG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번 사태로 에너지의 '탈(脫)중동'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동북아 3국은 호르무즈 사태를 계기로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정치적으로 안정된 지역으로 공급선을 옮기는 '에너지 안보의 대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란 전쟁이 동북아시아 국가들에게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산 LNG 확대와 비축 시스템 정비는 일시적인 방편을 넘어 향후 10년의 국가 에너지 대전략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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