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너지정책]

트럼프의 '에너지 지배' 전략, 글로벌 시장반응은?

발행일: 2026.02.2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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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권위 있는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Chatham House)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정조준한 분석 리포트를 내놓았다. 헤더 헐버트(Heather Hurlburt) 부연구위원이 작성한 이번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선포한 '에너지 비상사태' 이후 추진해 온 이른바 '에너지 지배(Energy Dominance)' 정책의 실체와 한계를 날카롭게 짚어내고 있다.

1. 원자력 4배 증설과 화석 연료의 화려한 부활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로드맵은 명확하다. 화석 연료와 원자력을 전면에 내세워 국내외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원자력의 야심: 트럼프 대통령은 2050년까지 미국의 원자력 발전량을 현재의 4배로 끌어올리겠다는 파격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규제 완화와 투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화석 연료 생산 급증: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은 20% 이상 성장했다. 특히 쇠락하던 석탄 산업을 살리기 위해 오염 규제를 철폐하고 국방부에 석탄 발전 전기 구매를 명령하는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2. 재생에너지 소외와 '글로벌 엇박자'

하지만 이러한 행보는 글로벌 트렌드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트럼프 정부가 보조금 삭감과 규제 강화로 재생에너지 산업을 압박하면서,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동맹국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해졌다.

채텀하우스는 트럼프의 '에너지 지배' 정책이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글로벌 시장의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의 경제성 무시: 국제 자본 흐름은 이미 재생에너지와 탈탄소 기술로 향하고 있다. 화석 연료에 대한 정부의 인위적인 수명 연장이 시장의 경제 논리를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공급망의 불안정성: 핵심 광물 등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미국의 시도가 오히려 우방국들의 '다각화(Diversification)'를 부추기고 있다.

외교적 고립: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은 미국의 LNG를 구매하면서도, 동시에 자신들의 그린 에너지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카타르 가스프랑스·한국의 원전 기술로 눈을 돌리고 있다.

3. 지배가 아닌 '다각화'를 선택하는 동맹국들

리포트는 동맹국들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독자 노선'을 택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미국의 에너지 지배를 받아들이는 대신, 공급처를 다변화함으로써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려 한다는 것이다.

결론: 트럼프의 야망, 시장의 현실을 넘을 수 있을까?

헤더 헐버트는 리포트의 결말에서 “에너지 지배의 반대말은 굴복이 아니라 다각화”라고 단언한다. 트럼프가 화석 연료와 원자력에 올인하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려 할수록, 역설적으로 전 세계 시장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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